요즘 들어 자꾸 눈앞이 흐릿하다.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, 가끔은 정말이지... 내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. 그냥 환각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생생해서 더 불쾌한 순간들이다.
그림자가 너무 과하게 기괴해서 짜증 난다

골목길 쓰레기통 옆에 비친 저 그림자 말이다. 분명히 물체는 저 모양인데, 그림자는 왜 저렇게 길쭉하고 기분 나쁜 형상을 하고 있는 건지. 그냥 조명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하려 해도, 저 꺾인 각도가 너무 부자연스럽다. 솔직히 좀 소름 끼친다.
사람인 것 같긴 한데, 묘하게 이질적이다

어젯밤 역 근처에서 본 어떤 여성분이다. 분명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였는데, 안개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이 마치 디지털 오류가 난 것처럼 미세하게 떨리는 느낌이었다. 그냥 내 눈이 침침해서 헛것을 본 거겠지.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.
물건이 녹아내리는 건 그냥 기계 결함이겠지

책상 위에 둔 오래된 알람 시계가 좀 이상하다. 금속 테두리가 마치 초콜릿처럼 흐물거리는 것 같은데, 이건 분명히 온도 변화 때문이거나 내가 너무 오래된 걸 써서 그런 거다.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범위 안에 있을 거라 믿는다.
나무가 빛나는 건 그냥 조명 탓일 거다

밤 산책 중에 본 공원의 나무들이다. 나뭇결 사이로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는데, 아마 근처 가구등 빛이 반사된 거겠지. 숲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냥 내 상상력이 지나치게 과잉된 탓일 거다.
반사된 하늘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눈을 의심했다

길가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은 분명히 내가 아는 그 밤하늘이 아니었다. 보라색과 금색이 뒤섞인 성운 같은 게 보이는데, 이건 그냥 빛의 굴절 현상일 뿐이다. 이런 걸 보고 무서워하는 건 너무 유치한 반응이겠지.
내일은 제발 평범하고 지극히 지루한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. 이런 기묘한 기록들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.